제목 우리집 최고령 여행객 - Magarette 할머님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10-09
조회수 2307
 2013년 11월 26일 수요일.
 
아~ 마가렛트 할머님. 얼마만에 보는 얼굴인지..
지난 9월 초.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한 커플이 집 근처에서 기다린다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달려나가 보니...
마가렛트 부부가 커다란 짐가방 3개를 들고 가회동 도로 한복판에 서 계십니다.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 한 칠순 쯤 되셨을라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마가렛트 할머님은 여든, 그리고 그 신랑분은 여든 셋이십니다.
 
도로에 쓰여진 글자를 보아도 뜻은 물론 읽을 수 조차 없는 문자를 가진 나라를 처음 여행하신다는 이 할아버지.
그 스트레스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 할아버지를 쉼없이 괴롭힙니다. (제가 중국을 여행하지 못하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하기에 저는 이 할아버지의 스트레스를 100퍼 공감합니다.)
 
두 부부 모두 전직 교사. 할아버지는 건축과 미술에 관심이 많고, 할머님은 전직교사이자 종이공예가입니다.
충주에서 열리는 공예비에날레 초정을 받아 한국에 오셨다는데... 여든의 몸으로 두 부부가 홀홀단신으로 서울, 충주, 경주를 여행한다는 말만 듣고도 제 오금이 저립니다. 해인사까지 가고 싶어하셨는데 제 간곡한 만류로 그 일정은 포기하셨네요.
 
노령으로 인한 수전증과 엄청나게 느린 말투. 그리고 방문 열고 대문까지의 딱 다섯 발자국을 옮기는데 근 10분이 소요되는 이 분들을 옆에서 노심초사 지켜보는 201 쥔장.
 
하지만 노 부부는 제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도 당당히 재미지게 다니십니다.
 
산티아고를 다녀왔다는 제 말에 깜짝 놀라시는 분들. 이 멀리서 산티아고까지 여행을 했다고? 거기에 우리집 별장이 있는데... 내년에 놀러와..꼭 놀러와야 해~
 
5년쯤 후에 갈꺼라고 말씀드리니... 급 우울한 표정을 지으시는 할아버지.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으려나?~~~~~
 
아니요. 건강히 잘 계실꺼예요.
 
흔들흔들 노령의 몸으로 당당히 2주 동안 대한민국을 여행하신 후 마지막날 다시 201에서 여정을 마무리하신 두 노부부.
 
제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 GUEST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단언합니다.
 
저는 몇살까지 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