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도시 농부의 꿈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5-22
조회수 3298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아! 오늘 아침은 정말 상쾌하네요. 날씨는 조금 흐리고 꾸무렁하지만 모처럼 한갓진 북촌의 아침이, 게스트하우스 201의 아침이 참 사랑스럽습니다.늦잠을 주무시는 손님들 아침상을 준비해 놓고는 꼬딱지만한 201의 마당을 휘휘 돌아봅니다. 옥상 텃밭에도 올라가 보구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곳에서 조심스레 열매를 맺기 시작한 딸기양과 토마토군을 만나지 않았겠습니까?

 
앗싸~ 아침부터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 텃밭가꾸는 즐거움을 알게되었는데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더라구요. 돌밭을 일궈 모종을 심어놓으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싹을 튀워가던 아이들. 그러더니 어느틈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더라구요. 눈뜨고 일어나보면 오이가 달려있고, 잠시 딴짓하다 생각나 달려가보면 고추가 주렁주렁... 아~ 자식같은 이 아이들. 처음에는 아까워서 먹지도 못했답니다. 비가 와도 기쁘고, 해가 내리쬐도 기쁘고.. 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축복의 영양분이니까요.

 
그런 후 다시 서울로(아니 정확히 말하면 분당 아파트촌으로) 이사를 와서 7년 넘게 살았습니다. 한 몇 년간은 도시의 편리함에 심취해 텃밭 따위는 까마득히 잊고 살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여름 즈음에... 아파트 자투리 땅에 상추며, 고추며.. 갖은 야채를 키우시는 아주머니들의 행복한 표정을 본 후 저는 다시 텃밭이 저에게 주었던 기쁨을 기억하게 되었지요.

 
그래, 이곳에서 도시농사를 짓는거야...

 
라고 굳은 결심을 했으나 분당 아파트 촌에서 짜투리 땅을 발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아님 판교나 뭐 고기리라는 조금 떨어진 촌동네에 주말농장 땅을 빌려야 하는데 천성이 게으른 탓에 한해한해 결심만 하다가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겨울,

 
이곳 북촌한옥마을로 이사를 결심하면서, 그리고 이 작은 집을 수리하면서, 제일 먼저 염두에 두었던 것이 옥상 텃밭이었습니다. 옥상에 지붕을 씌워버리면 공사도 수월하고, 비용도 적게 들것이었으나, 이 북촌마을로 이사를 오게 한 하나의 이유가 내 마당을 갖는 것이었기에, 그리고 내 작은 텃밭을 가꾸는 짓는 것이었기에 옥상은 절대 포기못할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공사가 끝났고, 텃밭을 가꿀 옥상도 준비 완료~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3월 초. 화원에 가서 묻습니다.

 
"모종 이제 심어도 되요?"

 
안된답니다. 4월에 심으라고 말씀하시는 화원 아주머니.

 
4월 초 화원에 가서 다시 묻습니다.

 
"모종 이제 심어도 될까요?"

 
고개를 저으시는 아주머님. 이상 기후 때문에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4월 중순에나 심으라네요.

 
쳇! 쳇! 쳇!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그리고 4월 중순 어느날 일요일. 종로 6가 꽃시장으로 달려갑니다. 모종을 마구마구 사들입니다.(우리집 옥상 크기 따윈 안중에 없는 201 쥔장.)

흙을 고르고, 비료를 섞은 후 아기처럼 연약한 모종들을 조심스레 화분에 옮겨 담습니다.

 
"얘들아... 잘 자라줘~"

 
그 날 이후 매일매일 옥상에 올라가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지면 예견된 상황이나 발육상태가 그리 썩 쫗지를 않군요.
꽃나무나 모종이나 우리집에만 오면 어찌들 그리 시들시들해지는지...

 
그런데 며칠전 이 아이들이 쑥 커버린 것을 발견했지 뭡니까? 성장 호르몬 주사라도 맞은 양 말입니다.



 
 

 

 
그리곤 오늘 아침. 잎사귀 속에 숨어서 빨갛게 열매를 맺은 딸기를 발견했답니다. 떨리는 동공을 진정시킨 후 작은 눈을 최대한 크게 떠서 다른 친구들도 살펴봅니다. 역시나.. 잎사귀 속에 숨어서 푸릇한 열매를 맺기 시작한 토마토도 발견합니다.

 
 

 

 
아~ 이제부터 진정한 도시 농부의 삶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한 두 달이 지난 후 저희 게스트하우스 201을 찾아주실 분들. 고추, 파, 가지, 토마토, 땅콩, 딸기 등이 주렁주렁 매달고 있을 우리집 옥상 텃밭을 기대해 주세요. 사람이나 자연이나 그네들의 성장에 사랑의 힘이 가장 끝 영양분이라고 하니 우리 아이들은 정말 잘 자라지 않을까요? 실력은 없어도,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줄 자신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집 마당에는 24시간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이며 성장할 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아주 충분한 친구들일 겁니다.

 
풍년기원! 모두들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