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게으른 그대... 한번은 부지런해 볼지어라!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5-11
조회수 2675
안녕하세요. 게스트하우스 201입니다.
 
여행자의 자세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 게으른 그대와  부지런한 그대
 
저 같은 경우는 완벽하게 게으른 여행자랍니다. 최대한 게으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고 할까요?
유명하다는 관광지 하나를 놓치더라도 게으름이 주는 행복함을 놓칠 순 없으니까요.
늦게 일어나는 것은 기본, 관광지 가는 길에 카페에서 쉬었다 가기는 선택이나 거의 일상, 관광지 언저리에 앉아 하루 종일 수다떨기는 필수. 많이 보는 대신 깊게 보는 것이라 주장하며 말이죠.
 
반면, 제 친구는 완벽하게 부지런한 여행자랍니다. 최대한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여행지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 떠난다고 할까요? 기왕에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을 떠나왔으니 한 개라고 더 봐야한다는 입장이죠.
아침 7시 기상은 기본,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고 관광책자에 소개된 모든 곳은 다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 그 속에서 삶의 희열과 성취감을 맛본다고 합니다. 많이 봐야 깊게 볼 수 있다 주장하며 말이죠.
 
그러니 우리 둘이 여행을 떠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구 하나가 져주지 않으면 늘 싸움이겠지요. 허나 한번도 싸워 본적은 없답니다. 늘 누구 하나가 번걸아가며 져주니까요.. 그래서 여전히 우리 둘이 친구인가 봅니다.
 
아,,,, 아침부터 사설이 길었구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아침 저는 청명한 북촌의 기운을 느끼려 아침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제 친구처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산책을 나갔단 말입니다.  이 게으른 제가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똑같은 장소도 전혀 낯선 시간에 마주하고 보니 세상이 달라보이더군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인사동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침 운동을 하던 조계사 스님을 보질 않았겠습니까?
한적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 풍문여고 옆길의 나무들이 언제 이렇게 무성해졌나 싶어 깜짝 놀라기도 했구요.
매일 지나치던 윤보선 생가 옆에 위치한 허물어져가는 출판사 건물을 보고 소설도 하나 썼습니다.
 
낯설음이 주는 새로운 세상.
 
201에 머무르실 여러분.
 
10명 중 한 분 정도는 이른 아침, 텅빈 북촌 거리로 아침 산책을 다녀와 보세요.
저녁내내 기를 모아두었던 인왕산의 에너지를 팍팍 느끼면서 말이죠.
 
 풍문여고 옆길. 인사동에서 삼청동으로 가는 main road입니다.
게스트하우스 201 대문을 나서 길을 건너신 후 안국역방향으로 10 m만 내려가시다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우회전 하세요. 언덕을 따라 쭉 올라가면 청수슈퍼를 깃점으로 작은 사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좌회전하시면 바로 이 길이죠. 201에서 5분 걸립니다. 이 길은 언제 걸어도 좋지만 한적한 아침시간에 걸으니........더 좋더군요. 산책길로 강추요.

 
 
윤보선 생가 맞은편에 있는 출판사 <명문당> 70~80년대 학술서적을 펴내던 곳으로 유명했는데요, 지금은 거의 폐가 수준이죠. 늘 이 건물을 지나갈 때마다 "인문학의 위기를 이렇게 목격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이 동네에 건물 한채를 소유한 명성 높던 출판사 사장. 늙은 그에게는 아들이 3명 있습니다. 아들 중 한명이라도 인문학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가업을 이어가길 바라지만 자식들은 모두 인문학 따윈엔 관심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이 낡은 건물을 헐고, 삐가뻔적한 새 건물을 올려 부동산 재벌이 되기를 기다릴 뿐이죠. 아들의 이런 생각을 안타까워한 아버지. 토지와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합니다. 인문학 도서관을 만들어달라 말하면서 말이죠...
 
허나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오늘 아침 산책을 하다 이 건물을 올라다 보다 생각해 본 가상의 스토리일뿐.
아무튼 제 상상력을 샘솟게 한 낡은 출판사 건물... 이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런 모습으로 이곳에 서 있는 걸까요? 그 속사정. 이래저래 궁금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