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체코 프라하의 추억을 싣고 온 사람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4-17
조회수 2832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안녕하세요. 게스트하우스 201입니다.

 저희 집을 찾아주셨던 분들, 저희 집을 찾아볼까 생각해 봤던 분들, 현재 고민중인 분들... 혹은 미래의 그 모든 분들.
어떻게 북촌한옥마을에 오롯이 자리한 이 아담한 게스트하우스 201을 아셨을까요?

네이버에서 검색했어요,,, 그냥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누구 소개요... 등등 다양한 대답이 나올테지요.
게 중에는 신기하게도 제 블로그를 보고 왔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예전에 한창, 아니면 여행을 다녀 온 후에 제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던 블로그질.. 이제 벌써 8년이 넘었네요.
블로그야 볼 수도 있겠지요.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요.
근데 300개가 넘는 그 지루한 post들을 다 읽어보았다는 사람.. 있을까요?
넵~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201을 오픈한 후 정확히 2명.. 그런 분을 뵈었습니다.
저를 나 보다도 더 잘 아는 것 같아, 혹은 제가 아닌(일부는 분명 제 모습일테지만) 다른 모습을 백프로의 저라고 생각하실까봐...부끄러움과 송구함에 몸둘 바를 몰라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분이 그 두 분 중의 한 분이십니다.

한때 여행이 인생의 목표이자, 지루한 삶의 해방구같은 역할을 하던 시절.. 저는 여행을 많이도 했습니다.
가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항상 묻지요.

"어디가 제일 좋아요?"

항상 하는 제 대답은...

"옛날에는 체코 프라하를 아주 좋아했어요. "

대학교 3학년 때 가본 프라하. 돈조바니와 카프카의 도시이자, 버드와이져의 원산지.
20년 전의 일입니다. 동유럽이 막 개방되기 시작하던 무렵..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물가가 싸고, 몸 안에 있는 감성적인 세포들을 하나하나 깨워주던 낭만적인 도시의 향기.. 아~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20대 초반의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년. 다시 가본 프라하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제 기억속의 그 도시는 아니었겠죠. 세상은 변하니까요.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낭만적이지만...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알맹이가 사라져버린 엽서 속의 도시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허나 너무 예뻐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늘 간직하는 엽서 말입니다.

하루하루 일상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나 요즘 너무 건조해.. "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도 보기 싫고, 책도 읽기 싫고, 음악도 귀찮은.. 그저 생활에 치여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나를 내가 느끼는 때 말이에요. 그러면 저는 문화 샤워가 꼭 필요합니다. 서점에 가거나, 극장에 가거나, 아님 도서관에라도 가야지 내 삶이 말라가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또 하나의 다른 방법은.... 바로 지난 시절의 제 여행기를 들쳐보거나 그 속에서 생기발랄하게 웃고 있던 제 모습을, 그 도시들을, 그 나라들을 추억해 보는 것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귀찮아지더군요. 사는게 다 그렇고 그러니까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잔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읽을 여유조차 찾고 있지 못하는 요즘의 저.. 그런 저에게 지난 주 멋진 손님 한 분이 아름다운 체코의 추억을 몸소 싣고 오셨답니다.

네. 제 블로그를 보고 저희집을 찾아오신 그 손님.

햇살 좋은 오후, 체크인을 하자마자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으십니다.

"블로그 보니까 체코 맥주를 좋아하신다길래..."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체코의 그 맛난 맥주를(저라면 무거워서 생각조차 못했을) 선물로 들고오셨답니다.

"아~ 정말 감사해요..."

제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또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으십니다.

"블로그 보니까 헝가리 굴라쉬 스프도 좋아하신다길래..."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헝가리의 대표 음식, 굴라쉬 스프(인스탄트로 나오는 걸 알았으면 저도 왕창 사왔을텐데..)도 챙겨 오셨답니다.

프라하에서 직접 공수된 체코산 맥주와 굴라쉬 스프


Plisner! 제가 체코에서 정말 사랑했던 맥주입니다. 현재 번성하고 있는 술집, 맥주창고에 가면 서울에서도 마실 수 있는 술이죠. 그 사실까지 알고 Pilsner 대신 맛 볼 수 없는 새로운 맥주를 챙겨오신 분. 대신 Pilsner의 향기라도 느껴보길 원한다면 프라하의 어느 Bar에서 메모장을 챙겨오셨네요. 으하하하.. 이 메모장만 바도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타인을 감동시키는 DNA를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사람일까요?

그 분을 통해 체코의 이야기를, 프라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떠나시는 날 선물로 주신 카를교의 풍경이 그려진 엽서를 봅니다.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VIEW를 한컷만 뽑아라.. 누군가가 말한다면 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카를교와 프라하왕궁의 풍경을 꼽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바로 이 풍경말입니다.


갑자기 체코에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감성의 세포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나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이 201을 찾아주신 그 어느날, 이 쥔장이 짧은 휴가를 떠났다는 말씀을 듣게 되신다면 아마도 저는 체코에 놀러간걸껍니다. 이 손님이 싣고온 프라하의 추억 때문에 그 도시의 낭만을 되새기려 말입니다.

그 손님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싶어 떠나는 날.. 가회동의 향기를 그 분에게 전달합니다.

수제 떡과 한국인의 묘약, 도라지청, 쌀청. 괜찮은 선택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