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같은 언어, 다른 이해- 여는 참 추워요~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4-17
조회수 2933
안녕하세요. 게스트하우스 201 쥔장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주는 개인적인 용무로 공사가 다망해 글을 많이 못 썼네요. 쓸 이야기들이 무진장 많았는데...
그중 빵 터졌던 이야기부터 하렵니다.
 
경상도 사투리~ 저에게는 별로 낯설지 않은 언어입니다. 서울에서 40년을 "지랄한다 아이가~"로 끝나는 저희 어머님의 강력한 교육땜에 그렇겠지요. 친구는 외국말같아 못읽겠다는 소설 토지를 읽을 때도 억양 하나, 뉘앙스 하나 쏙쏙 이해되었던 저랍니다.
 
그런데...
 
바람이 몹시도 부는 지난 금요일. 빨래를 넌다고 옥상에 올라가 섰는데, 울산에서 온 4살배기 친구가 툇마루에 앉아 저를 쳐다봅니다.
 
"예쁜이.. 이름이 뭐야?"
 
"ㄱ ㄱ ㄷ 이요"
 
"어? 권 교 ... 뭐?"
 
"아이, 참~ ㄱ ㄱ ㄷ 이요."
 
"뭐? ...."
 
다섯번이나 반복되는 실랑이. 마지막에 제 입에서 나온 이름은...
 
"뭐라고? 경고장이라고?"
 
옆에서 듣다듣다 답답하셨던지 예쁜이의 어머님이 말씀해주십니다. 권규담이요... 아~ 규담이구나..
 
예쁜이가 가만히 있다고 심오한 눈빛으로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보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는 참 추워요~"(부디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을 떠올려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며 내뱉은 그녀의 말. )
 
아~ 4살 소녀가 말하기에 얼마나 놀라운 문장입니까? 바람의 강도와 미세한 공기의 흐름을 감지한 듯한 그녀의 눈빛,, 그리고 서울 날씨에 대한 그녀의 짧은 논평.
 
"맞아맞아.. 여기는 참 추워~"
 
다시 소녀가 말합니다.
 
"여는 참 추워요~"
 
"그래, 그래.. 서울은 울산보다 추워. 저기 꽃 봐봐라.. 울산에서는 벌써 수선화가 피었다가 다 졌다는데.. 서울은 이제 피기 시작하고 있어.. 서울은 울산보다 위에 있어서.....블라~블라~블라..."
 
똑같은 말을 다섯번 정도 반복하는 소녀. 계속 날씨 이야기로 장단을 맟춰주는 201 주인장. 1%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말이죠.
 
듣다듣다 답답했던지 방 안에 계시던 어머님이 살그머니 말씀해 주십니다.
 
"이름이 참 쉬워요,,,라고 하네요."
 
~~왕..
 
여는 참 추워요. 이름이 참 쉬워요... 여러분은 같은 말로 들리시나요?
 
그 소녀는 제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서울에서 만난 말도 못알아듣는 멍청한 여자라 평생토록 저를 기억할른지도 모르겠네요.
 
이름이 쉬워도 너무 쉬운 4살 예쁜이 규담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