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추억여행 3탄 - 종로의 고집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4-08
조회수 4327
 
 2013년 4월 8일 월요일..
 
 대학 시절. 내 모든 추억의 근거지는 대략 3군데로 압축된다.
 
 도곡동 그랜드 백화점 언저리와 강남역 일대.
소박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던 남영동과 청파동 일대
그리고 종로 3가. 아니 엄밀히 말하면 고갈비를 먹으러 다니던 피맛골 일대다.
그곳에서 난 얼마나 많은 밥을 먹고 술을 마셨을까? 또 얼마나 많은 만취의 부산물을 거리에 뿌리고 다녔을까???
 
 80년대의 청년문화와 90년대의 신세대 문화가 이상스레 공존하던 내 대학 시절.
강남역과 압구정동에 가면 난 이제 막 부상하는 신세대의 대표주자였고,
종로 3가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면 사회의 부조리에 항변하는 진.짜. 대학생처럼 느껴지곤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나는 발빠르게 기성세대로 편입했고 이 두 개의 모습은 나에게서 영원히 떠나갔다.

 그리고 20년.

 북촌의 한옥집으로 이사를 와 보니 신기하게도 난 종로구 주민이 되어있었다. 술이나 마시러 오던 종로구의 주민으로 말이다.

 가끔씩 인사동에 갈 때마다 사람으로 넘쳐나는 화려한 그 거리가 낯설고,
3~4층짜리 대형 커피숍 건물이 들어선 종각 일대도 낯설고,
영화 <접속>의 배경이 되었던 피카디리 극장이 롯데 시네마로 바뀐 것도 낯설고
고갈비 냄새가 진동하던 피맛골이 사라져 버린 것도 낯설지만 말이다.
 
 아! 내 대학시절의 추억은 그렇게 영원히 사라져버렸나 보다....

 그러던 얼마 전... 무교동에 낙지를 먹으로 밤마실을 나갔다가 너무도 우연히 과거의 종로와 급작스레 마주쳤다.
 
 옛날 음악이 흘러나오는 호프집.(내가 지나가던 순간에는 뽕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술집이 위치한 낡은 건물과 그 건물의 이름.
 
.. 참으로 OLD해서 참으로 신선한 그 이름.



 자! 보이시는가? 광성 삘딍... 이 건물 주인. 진짜  만나보고 싶다. 상상력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왠지 대기업의 사채를 대줄 만큼 엄청한 현금을 보유한 영감님이 떠오른다. 꾀죄죄한 점퍼를 입고, 3천원짜리 순대국만 먹는 괴팍하고 짠돌이 영감말이다. (쳇!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종로구는 이렇게 가끔씩 나를 놀래킨다. 아니 종로구에 터를 잡고 사는 어떤 이들의 고집이 나를 놀래킨다.
게을러서건, 시류에 편승하지 못해서건, 혹은 옛날의 그 시절을 그리워해서건...
 
종로의 골목골목엔 이렇게 옛 추억을 지금도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종로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