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추억여행 1탄 - 중앙탕을 아시나요?
작성자 house201
작성일자 2013-03-16
조회수 3993


   2013 3 16일 토요일.

 지난 이틀간의 쌀쌀함이 물러나고 오늘은 무진장 하늘이 맑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고, 저절로 기분이 업(up)되는 날. 따뜻한 공기의 기운이 내 기운을 북돋는다. 어제 개운하게 목욕탕을 다녀온 덕에 더 상쾌할런지도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몸이 개운하면 정신은 늘 맑아지는 법이니...

 목간 다녀온 김에 오늘은 우리동네 목욕탕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이름하여 <중앙탕>

 말 그대로 계동길 중앙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으로도 유명하다. 진짜 제일 오래되었는지 학문적으로다가 확인할 길은 없으나 목욕탕 내부를 들여다 보면 왜 그런 말이 회자되는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3달 전 북촌한옥마을 가회동으로 이사를 온 뒤, 여느 때처럼 집에서 제일 가까운 목욕탕을 찾았다. “목욕중이란 나무간판을 뒤로하고 문을 여니 조그마한 카운터에(예전 토큰 팔던 가게 같은) 밍크담요(!)를 덮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친절히 맞아주신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요금표. 성인 5,000.,…. ~~ 목욕요금 한번 착하네알루미늄 샷시문을 열고 여탕 안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 …..…..……. 뒤로 회전한다!!!!

신발과 옷을 보관하는 칸이 함께 있는 스뎅 사물함. 비니루 장판과 나무 의자.

 초등학교 시절.. 일요일이 되면 엄마, 언니와 새빨간 세수대야를 옆구리에 끼고 이런 목욕탕에 가곤 했다. 뜨거운 물에 후딱 들어오라는 우렁찬 고함소리와 빡빡 때를 밀라며 등짝을 후려치던 매운 손바닥의 얼얼함. 그 한가운데엔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우리 엄마가 있다.

 눈 깜짝할 사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후울쩍~ 이 나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2013, 매주 우리와 함께 했던 추억의 목욕탕은 최신식의 사우나로 변했다. 미아가 속출하는 수천 평의 찜질방과 보석방, 아이스방 등 수만가지의 사우나룸을 즐기는 사이에 말이다. 중앙탕에는 찜질방이 없다. 물론 디톡스에 좋다는 소금사우나도, 뭉친 어깨를 풀어줄 수압 죽이는 물 마사지 샤워기도,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어줄 게르마늄 온천수도 없다. (하지만 알아두시라! 사우나 온도는 죽여준다!) 파란색의 촌스러운 타이루(타일 no!)가 사면을 장식한 그곳에 가면 공용 물받이통을 앞에 두고 희희낙낙 수다를 떨며 때를 미는 동네 사람들이 있다. 혼자 뻘쭘하게 등을 밀고 있으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때밀이 타올을 들고 내 등으로 돌진하는 아줌마들도 있다.(족히 팔십이 넘어 뵈는 할머니가 등을 밀어주겠다고 하시는 통에 거절하느라 진땀 뺐다는 것을 서울 하늘에서 누가 믿을까?)

한 동네에서 오십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인 이 사랑스런 북촌한옥마을. 그 곳에서 수 십년 동안 동네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을 중앙탕. 북촌한옥마을에 구경 와서 무슨 목욕탕이냐.. 생각하시겠지만 북촌에 오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면 그닥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우리의 유년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하고, 깨끗하기까지 한 훌륭한 장소이기에 말이다. 그것도 단돈 오천원에!!!


씩씩하게 혼자서 새싹을 띄워낸 다육이의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며… by 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