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삶의 목격자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3-13
조회수 2548


    2013 3 13일 화요일


 

 예전 한창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모든 것을 이룰 것 같았던 스물 셋. 그런데 정신차리고 눈을 떠보니 이룬 것 하나 없는 스물 아홉이 되어 있었다. 젠장~
거기가 끝일 줄 알았는데, 다시 서른 다섯이 되고, 마흔이 되었다. 젠장x2222222222222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용기를 낸다. 누구는 현실을 잠시 제쳐두고 길을 떠나고, 누구는 생사의 위험을 감내하며 양악수술을 하기도 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면영어학원에 등록하거나, 다이어트에 돌입하거나 혹은 전직을 이직을 결심한다.


 이번 주 게스트하우스 201에는, 내가 그러했고 우리가 늘 그러했듯이 삶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길을 떠난 2명의 손님이 찾아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의 목격자가 되어, 조용히(혹은 소리내어) 내 가족이 된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걱정한다.


 대구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올라오신 00.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아 이직을 결심하고, 원하는 회사 입사의 최종 관문을 뚫기 위해 결의에 찬 표정으로 한 손에 양복을 들고 우리 집을 찾아 주신 분. 훈훈한 외모에, 차칸(ㅍㅍ) 키에, 반골 기질 전혀 없어 보이는 모범생 포스의 얼굴이 딱 면접관이 선호할 비주얼이다. 내 보기엔 걱정할 것 하나 없어 보였지만 최종선발된 2명의 지원자 중 단 1명을 뽑는 자리라고 하니, 제 아무리 면접용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한들 50:50의 가능성 앞에 그는 얼마나 긴장되었을까? 거기다 경쟁해야 할 상대가 안면있는 학교 후배라면…? 내 눈에는 너무도 풋풋해 보이는 서른 한 살의 청년이 고민한다. 경쟁상대가 스물 여덟의 더 팔팔한 청년이라고.. 다음 날 면접을 위해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는 그를 위해 나는 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밤새 까치발로 집안을 걸어 다녔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가회동의 氣(energy)와 여태까지 묵고 간 사회 초년병들의 화려한 입사전력을 들려주며 나름 격려를 해주었으나 문을 나서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되어 보였다. 합격하면 멋진 대구여자와 소개팅을 해주기로 했는데 결과가 어찌될런지..


 며칠째 201의 식구로 살고 계신 또 다른 00.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3일간의 단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그녀. 집이 서울이지만 김치찌개, 된장찌개 냄새 폴폴 풍기는 집에서 단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201의 문간방에서 3일간 둥지를 틀며 목하 금식 중이시다. 사정을 알기 전에는 꼼짝없이 방에만 있는 그녀를 내심 걱정했는데(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닌지 얼마나 걱정했던지), 전후 사정 들어보니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 건강을 위해서건, 아님 다른 이유 때문이건 이렇게 한 번씩 잠시 현실을 떠나 자기만의 방에서 조용히 숨죽여 지내보는 것, 정말 멋진 일 아닐까?


 게스트하우스의 쥔장으로 3주간 살면서, 나는 우리 집에서 머물다 간 게스트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삶의 순간을, 방식을, 그리고 그 삶을 대하는 태도를 목격한다. 이직 성공의 문턱에 선 00님의 초조한 순간과 열심히 살다 문득 몸과 마음의 휴식이 필요했던 00님의 치유의 순간처럼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평범하다 여기지만 숙소 주인으로 살아보니 우리 모두는 소설이나 영화 주인공처럼 제각기 특별하기만 하다. 일상의 연장선상이라 여기는 손님들의 그 순간 순간이, 숙소 주인인 내 눈에는 모두 특별한 순간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툇마루에 앉아 2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해를 행복하게 바라보며 by 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