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 장의 포스트잇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3-08
조회수 2716
 
 2013년 3월 8일 금요일


  지난 주 일요일, 북촌언덕을 넘어 삼청동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15분 정도 오르면 서울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말바위 언덕이다. 서울 성곽길을 따라 걷는 길도 운치있고, 바위 위에서 건너다 보이는 풍경 역시 멋지다. 말바위 언덕을 지나 다시 와룡공원으로 내려온다. 자그마한 공원 입구엔 커피아줌마가 있다. 단돈 500원. 공장산 믹스커피가 아닌 아줌마가 직접 조제하는 다방커피. 그 맛이 참으로 일품이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벨.

 "화요일부터 예약가능한가요? 꼬맹이 둘에 어른 둘인데.."

 "물론 가능하십니다. 주중이니까요."

 그렇게 나는 박00님의 너무도 예쁜 부인과 상현, 상윤 두 꼬맹이를 만났다.

 옷도 똑같이, 신발도 똑같이, 걷는 폼도 똑같은 6살, 4살의 귀염둥이 사내아이들. 왜 이렇게 예쁜고 봤더니 그 엄마가 너무 예쁘다. 얼굴도 예쁘고, 말씨도 예쁘고.. 걷는 뒤태도 예쁘다.

 '사내 아이 둘 키우느라 힘드시겠어요."

 "셋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이쁜 아랫배를 가르키며 배시시 웃는다. 그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 여자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유는 모르겠다. 그녀의 웃음이 그저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어느새 이틀 밤이 지나고, 인형같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은 인사를 열두 번도 더 하고 너무도 예쁘게 우리 집을 떠나갔다.
주방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리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포스트잇 3장.(아빠는 이른 아침 출장길 출근)
늘 환하게 웃는 얼굴만큼이나 예쁜 글씨로 써 준 메모. 꼬맹이 둘도 엄마를 따라 상형문자로 나에게 편지를 남겼다.
주방선반에 나란히 붙어있는 세 장의 포스트잇과 오렌지 쥬스 한병. 왜인진 모르겠다. 그걸 본 순간, 눈물이 핑그르 돈다.

 '역시나... 이 세상은 좋은 사람들 천지구나.."

 나는 성악설을 좀 더 신뢰하지만,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안다.
짧은 시간 가회동으로 이사와 201 쥔장으로 살아가면서 그 깨달음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진다..
 
   나란히, 나란히... 주방선반 위에 붙여진 3장의 포스트 잇 편지. 엄마 꺼 하나, 큰형 꺼 하나, 막내동생 꺼 하나..

      ps : 상현이와 상윤이의 예쁜 엄마는 늘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다.
            귀여운 얼굴에 너무 잘 어울리는 2013년 must have item. 이 참에 나도 하나 사 볼까? 어울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