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북촌한옥마을's Love Actually
작성자 guest201
작성일자 2013-03-01
조회수 3421
 
 2013년 3월 1일 토요일 삼일절 오후.
 
 지난 주말 얼떨결에 북촌한옥마을에 오롯이 자리잡은 게스트하우스 201에 첫 손님을 맞았고, 정신없이 주말이 지나갔다.
한시름 놓았나 싶었는데, 주 중에도 감사히 여러 손님이 우리 집을 찾아주셨다.
유난히 커플 손님이 많았는데, 안양에서 온 대학생 커플,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예쁜 사랑을 키워 나가고 있는 직장인 커플,
그리고 서울대 박사 딸을 키워내신 순천의 중년 커플..
나란히 붙어있는 3개의 더블룸, 따뜻한 방바닥에 등을 지지며 오손도손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었을 커플들.
툇마루 앞에 나란히 놓여있는 그들의 신발 마저도 참으로 정겨워 보인다.
 
 제주도 호텔 카지노에서 일을 한다는 00님. 여친을 만나기 위해 2주마다 서울을 오신다는데, 참으로 멋진 훈남이다.
그의 여친 또한 대박 미모. 남자 친구를 위해 김치전을 만들어와 부쳐주는 모습이 참 예뻐보인다.
그 덕에 김치전도 얻어먹고, 치킨도 얻어먹고... 손님을 홀라당 벗겨먹는 게스트하우스로 소문나면 큰일인데...
이번 주는 손님들에게 막걸리와 김치전을 부쳐 돌릴 생각이었는데 되려 내가 대접을 받는다.
커플이 되면 취미도 같아지나보다. 주방에 앉아 한참동안 무언가를 만드는가 싶더니 내 손에 선물 하나를 내민다.
 
 '대박나세요!' 레고로 만든 복고양이...
으하하하.. 올 초에 본 점쟁이 왈 '우와~ 이건희 사준데요? 가을부터 돈 엄청 벌겠습니다....
진짜 그 말이 맞으려나? 이 복고양이가 내 사주에 재운을 주려나 보다.  
 
  오늘도 주방 책장 위에 얌전히 앉아 하루 종일 게스트하우스 201을 지켜주고 있는 복고양이.
  
 전남 순천에서 오신 또다른 중년 커플. 멋진 딸 덕택에 서울여행한다며 참으로 행복하게 웃으신다.
점잖은 어르신께서 연신 집이 너무 아늑하고 좋다며 칭찬만 해주시는 덕에 몸들 바를 모르겠다.
멀리 전남 보성에서 특별 공수된 맛난 남도 김치도 주시고...
일찍 잠자리에 드신 이유로 김치전과 막걸리 대접을 못해드린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틀을 주무신 후 새벽같이 check out 하신 가족. 게으른 쥔장.. 가시는 길 인사도 채 못드렸다.
주방에 예쁜 글씨로 따님께서 붙여 둔 남겨진 메모 하나.. 그 예쁘고 고마운 마음에 하루종일 마음이 따뜻했다.

 1주일간 사람냄새 물씬나는(하지만 물가 만만찮고 오래된 옛동네라 주차공간이 절대부족한 이 동네..ㅠ)
이 오래된 동네, 북촌한옥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살아보니...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역시나 사람끼리 나누는 정, 그 마음의 소통이란 걸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손님에게 받는 삶의 에너지와 힘을 나는 손님에게 어떻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
등가의 원칙이 성립하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
 
                                                     손님이 준 고마운 마음에 '으하하하' 웃어대며 빨래를 널면서.. by Uni.